
6월 셋째 주,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 체결 소식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로 내려왔고 건설주·항공주·여행주가 동반 상승했습니다.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 좋아질 것"이라는 서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MOU의 세부를 들여다보면, 축하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숫자들이 있습니다.

이번 일일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 Top 10입니다.

언론 헤드라인은 유가 하락과 호르무즈 재개방을 일제히 보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휴전 합의 가능성이 언급될 때마다 주식시장이 로켓처럼 치솟았다"고 SNS에 직접 썼습니다. 시장은 종전을 선형적으로 읽습니다 — 전쟁 종료, 평화 회복, 경제 정상화라는 3단계 서사입니다.
그런데 MOU의 실질적 배당을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이란은 동결자산 해제, 상당 수준의 제재 완화, 대규모 현금 투자를 확보했습니다. 특히 하루 약 200만 배럴의 합법적 원유 판매 허용은 전쟁 전 이란의 원유 판매량보다 약 3분의 1 많은 양입니다. 군사적으론 이란 해군이 페르딸만 해저에 가라앉았고, 공군력은 궤멸됐으며, 핵시설·미사일 기지·방공망·정유·전력·항만 등 국가기반시설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이란은 체제를 유지한 채 협상장까지 버텼고, 오히려 경제적 인센티브를 얻어냈습니다.
컨설팅 회사 리스타드의 분석을 인용한 CNN 보도는 "이란 정권이 전쟁 전보다 호전된 재정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겉보기엔 미국이 압도적 군사력으로 평화를 가져온 것 같지만, 실은 약자가 협상 테이블에서 경제적 생명줄을 확보한 구조입니다. 압도적 군사력으로도 지정학적 목표를 강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전쟁입니다.
글로벌 예측 시장 Polymarket에서 "이란 정권이 6월 30일까지 붕괴할 확률"은 거래량 6,100만 달러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0%로 거래됩니다. 전 세계 트레이더들은 전쟁 기간 내내 이란 정권의 생존을 기정사실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의 결말을 미리 알고 베팅한 숫자입니다.
이 구조는 1991년 걸프전과 닮았습니다. 당시 이라크는 군사적으로 완패했지만 사담 후세인 정권은 생존했고, 이후 12년간 제재와 봉쇄 속에서도 버텼습니다. 다만 이번엔 이란이 오히려 제재 완화라는 반대급부를 얻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2015년 이란 핵 협상(JCPOA)은 타결 3년 만에 미국이 일방 탈퇴했습니다. 지금의 종전 합의도 이런 선례 위에 서 있습니다 — 다음 정권 교체나 정책 전환에 따라 언제든 백지화될 수 있는 취약한 기반입니다.

국내 건설주가 종전 소식에 일제히 올랐지만, 해외건설협회 데이터를 보면 올해 1~5월 한국 건설업계의 중동 수주는 5억6천만 달러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한 금액입니다. 전체 해외수주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14.6%로, 1년 전 60.4%에서 급락했습니다. 10곳 중 6곳이던 중동 비중이 10곳 중 1.5곳으로 쪼그라든 셈입니다.
이 수주가 회복되려면 이란에 대한 제재가 실제로 해제되어야 하는데, 이는 별도 협상 의제로 남아 향후 60일간 추가 논의됩니다. 종전 MOU는 제재 해제를 보장한 문서가 아닙니다. 제재 해제는 또 다른 협상의 결과물이며, 그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이란 시장이 열린다 해도, 제재 기간 동안 중국 기업들이 이란 인프라 시장에 깊숙이 진입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종전이 한국 건설사에 기회라기보다,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중국을 따라잡아야 하는 추격전의 성격이 더 큽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호르무즈 개방과 유가 안정이라는 단기 성과에 가려, 더 본질적인 위협인 이란의 핵 능력 보유 가능성이 해결되지 않은 채 60일 후 별도 협상으로 미뤄졌습니다. 핵 문제를 분리해 미룬 것은 당장의 유가 안정을 위해 장기적 안보 위험을 시간적으로 이연시킨 선택입니다.
종전을 원하는 행위자들의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8년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가 절실하고, 이란 정권은 제재 해제와 경제 재건 자금이 필요하며, 한국 건설업계는 중동 수주 회복이 필요합니다. 이 이해관계의 불일치가 합의의 내구성을 결정할 것입니다. 겉보기엔 종전이라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실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행위자들이 일시적으로 교차한 지점일 뿐입니다.

종전 합의가 이행될 경우 가장 유력한 경로는 유가 70~80달러 안정과 한국 건설사 중동 수주의 점진적 회복입니다. 다만 이란 제재 완화 속도가 지연되면 실제 수주 증가는 2027년 이후에나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두 번째 경로는 60일 내 핵 협상이 결렬되고 제재 완화가 백지화되는 경우입니다. 호르무즈 긴장이 재발하고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는다면 한국 경제는 이중 충격에 노출됩니다. 배런스가 꼬집은 대로 이번 주 증시 반등에는 선물·옵션 만기와 겹친 기술적 반등 성격도 섞여 있습니다.
세 번째 경로는 이란 경제 개방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며 한국 기업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경우에도 중국·러딸 기업과의 수주 경쟁이 핵심 변수입니다.
이 분석이 틀릴 수 있는 지점은 분명합니다. 종전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각 자체가 과도한 냉소주의일 수 있습니다. 실제 평화가 정착된다면 중동은 8천만 인구의 미개척 시장으로 바뀝니다.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은 중동에 대한 편견을 반복하는 것일 뿐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현재 시장이 가격에 반영한 "전쟁 종료는 곧 경제 회복"이라는 등식은 MOU 조항들을 하나씩 읽어보면 그보다 훨씬 복잡한 방정식이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