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한국 경제를 흔든 신호는 셋이었습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8000을 찍은 날 6.12% 급락했고,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빠르게 커졌으며, 90% 상승했다는 지수의 속을 열어 보니 두 종목이 끌어올린 점수였습니다. 헤드라인만 보면 강세장이지만 숫자를 대조하면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세 신호를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이번 주간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 Top 10입니다.

5월 15일 코스피는 장중 8046까지 올랐다가 7371까지 빠졌습니다. 종가 기준 488포인트, 6.12% 하락은 중동전쟁 충격이 있던 3월 4일에 이은 역대 2위 낙폭입니다.
언론은 단기 급등 뒤의 건강한 조정이라고 적었습니다만, 사고판 주체를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외국인은 5월 들어 15일까지 코스피에서 26조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지수는 7000에서 8000으로 올랐습니다. 외국인이 던진 26조원어치 매물을 받아낸 쪽은 개인이었습니다. 5월 15일 하루에만 개인이 7.2조원을 순매수했습니다.
문제는 그 매수 자금의 성격입니다. 5대 은행 마이너스 통장 잔액 40.5조원, 신용융자 잔고 35.7조원으로 둘 다 사상 최대권입니다. 신용융자는 지난해 말 27.3조원에서 8.4조원 늘었습니다. 두 숫자를 더하면 76조원, 빌린 돈이 그만큼 증시 매수 여력으로 들어와 있다는 의미입니다.
겉보기엔 8000이 강세장의 정점 같았습니다만, 숫자는 외국인의 퇴장이 마무리된 좌표를 가리킵니다. 7000까지는 실적과 외국인이 함께 끌어올렸고, 7000에서 8000 구간은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빚으로 받은 구간입니다. 같은 지수 상승이라도 연료가 바뀌었습니다. 신고가라는 헤드라인을 뒤집어 읽으면, 그 숫자는 외국인이 26조원어치 물량을 개인에게 넘기는 데 성공한 영수증에 가깝습니다.
2021년 1월이 같은 구조였습니다. 코스피 3200, 신용융자 사상 최대, 외국인과 기관이 팔고 개인이 받았습니다. 코스피는 2021년 6월 3316에서 2022년 9월 2155까지 35% 빠졌고, 빚으로 추격 매수한 계좌가 가장 크게 다쳤습니다. 다만 이번엔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때 상승은 저금리 유동성이 밀어 올렸고, 이번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반도체 기업의 실제 이익 전망이 함께 오릅니다. 이익은 진짜입니다. 다만 이익이 진짜인 것과, 지금 가격에 빚을 내 사는 것이 맞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두 번째 신호는 금리입니다. 중동발 유가 급등으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퍼졌습니다. 금리 인상을 곧 긴축, 곧 악재로 읽는 익숙한 등식입니다.
원자료는 절반만 그렇습니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1.9%에서 2.5%로 3개월 만에 0.6%p 올렸습니다. 한국 GDP 2400조원에 0.6%p를 곱하면 14조원대 생산이 한 해에 더 잡힌다는 뜻입니다. 1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1.7% 성장해 5년 6개월 만에 최고였고, 올해 경상수지는 연간 2390억 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가 예상됩니다. 대표적 비둘기파였던 신성환 금통위원마저 퇴임 간담회에서 지금은 금리 인하를 논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채권시장은 한은보다 먼저 움직여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년 6개월 만에 4%를 넘었습니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멈춘 사이 한국이 자체 호황 때문에 먼저 올릴 수 있는 구조라, 한미 3년물 금리차가 3년 만에 가장 좁혀졌습니다. 금리 인상을 경기 악화의 경고로 읽기 쉽습니다만, 인하 명분이 사라진 이유는 경기가 나빠져서가 아니라 좋아져서입니다. 인상 압력의 절반은 유가라는 나쁜 쪽이고, 나머지 절반은 성장률 상향과 사상 최대 경상흑자라는 좋은 쪽입니다.
그리고 같은 인상이 두 얼굴을 합니다. 수출 기업과 경상흑자에는 경기가 과열될 만큼 좋다는 인증서입니다. 반대로 앞에서 본 빚낸 개인 — 신용융자 35.7조원, 마이너스 통장 40.5조원 — 에게는 매달 날아오는 이자 청구서입니다. 2021년 8월 한은의 코로나 후 첫 인상 때도 명분은 경기 회복이었습니다만, 빚으로 산 계좌는 2022년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자 반대매매로 무너졌습니다. 인상의 이유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 번째 신호는 90%라는 숫자 자체입니다. 코스피가 연초 대비 90% 올라 전 세계 주요국 중 1위 수익률을 기록하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프리미엄으로 바뀌었다는 서사가 퍼졌습니다.
지수의 속을 열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SK하이닉스, SK스퀘어 네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52.7%, 6537조원 가운데 3444조원입니다. 이 종목들을 빼고 환산하면 코스피는 3780 수준으로, 8000의 절반에 못 미칩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코스피는 90% 올랐지만 코스닥은 24~28% 상승에 그쳤습니다. 수익률 격차가 3배 이상입니다. 코스피 948종목 가운데 276개, 29%는 올해 하락했습니다.
한국 증시 전체가 재평가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8000은 시가총액 가중 평균이 만든 숫자입니다. 시총 절반을 차지하는 두 회사가 두 배 오르면 나머지 900여 개 종목이 제자리여도 지수는 폭등합니다. 정확한 문장은 한국 증시가 90% 좋아졌다가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평균을 90% 끌어올렸고 종목 셋 중 하나는 같은 기간 내렸다입니다.
저는 처음 90%라는 숫자를 봤을 때 한국 산업 전반이 글로벌 투자자에게 다시 평가받았다고 읽었습니다. 그런데 시총 비중과 하락 종목 수를 나란히 놓고 보니, 평균이라는 한 단어가 분포를 통째로 가리고 있었습니다. 조선업은 역대급 수주 호황인데 종사자는 2014년 20만 명에서 2022년 9만 명으로 반토막 났고, 울산 동구는 인구 소멸 우려 단계입니다. 하나의 지수 안에 끓는 경제와 식는 경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세 신호는 따로 떨어진 사건이 아닙니다. 외국인이 개인에게 물량을 넘기고, 두 종목이 평균을 끌어올리고, 호황이 금리 인상을 불러냈습니다. 코스피 8000은 그 거래들이 끝난 자리에 남은 한 장의 영수증입니다.
대응을 두 시각으로 점검해 봤습니다. 한쪽은 정점을 예측하려 애쓰기보다 명백한 실수부터 피하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빚낸 계좌는 반대매매로 한 번 무너지면 다음 상승에 못 올라탄다고 말합니다. 두 시각은 쏠림과 빚을 얼마나 위험하게 볼지에서 갈렸습니다만, 레버리지 축소라는 한 지점에서 만났습니다. 정점을 맞히든 못 맞히든, 금리가 1회 오르든 4회 오르든, 빚을 줄이는 선택은 어느 경로에서도 손해가 아닙니다.
이 결론이 틀릴 수 있는 시나리오도 적어둡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상향 속도가 지금 가격을 계속 정당화한다면, 외국인의 26조원 매도는 방향성 베팅이 아니라 한도와 차익에 따른 기계적 매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빚투는 위험하다는 익숙한 도덕률이 오히려 상승장을 과소평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빚을 줄여서 잃는 것은 없습니다. 외국인은 코멘트 없이 26조원을 팔았고, 조정은 매수 기회라는 코멘트는 거래대금이 늘수록 이익을 보는 쪽에서 나왔습니다. 행동과 코멘트가 엇갈릴 때 자기 계좌의 빚 비중부터 확인하는 편이, 어느 쪽이 맞든 후회가 적습니다.